"문과 출신 취업 어렵다?” 문과 출신 ICT기업 임원에게 물어보니···

입력 2022-11-03 08:48   수정 2022-11-03 08:49

[한경잡앤조이=강홍민 기자] ‘문송합니다’라는 말은 문과 출신이 취업시장에서 외면 받는 현상에서 비롯된 신조어다. 올 3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22년 상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올 상반기 대졸 신규채용 계획 인원 중 인문계열은 36.7%로 61%인 이공계열 비중의 절반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최근 구직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직종은 개발자다. ‘개발자 품귀 현상’으로 개발자 몸값도 천정부지로 오르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비전공자 출신들이 개발자 취업을 위해 코딩 배우기에 뛰어들고 있다. ‘판교에 취업할 수 있다’는 문구를 내건 단기 코딩 학원을 찾는 인문계열 구직자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경기 둔화로 IT기업과 테크 스타트업들이 고용을 줄이면서 개발자 취업시장에도 한파가 찾아왔다. 신입이 아닌 경력직 및 고학력 전공자 중심으로 채용이 집중되며 문과 출신 개발자는 더욱 경쟁력을 잃고 있다. 개발자로 전환한다고 해서 무조건 IT기업 취업에 유리하다는 말은 더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

개발자가 아니라 ‘테크를 잘 아는’ 타 분야 전문가도 필요
박효진 세종텔레콤 부사장은 인문계열 출신임에도 ICT기업 세종텔레콤의 블록체인사업을 총괄하며 금융, 의료, 교육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스스로를 ‘비 서울권 법학과’ 출신으로 소개한다. 통신서비스 영업사원으로 시작해 상품전략본부와 마케팅본부를 거쳐 블록체인사업 총괄이 된 그는 비전공생도 ICT기업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박 부사장은 타 분야에 대한 지식을 함양한 개발자뿐만 아니라 ‘테크를 잘 아는’ 타 분야 전문가 또한 필요하다고 말한다. ICT, 즉 정보통신기술은 정보기술과 통신기술을 통칭하는 말로 굉장히 넓은 영역이다. 최근 ICT기술은 전 산업 분야에서 경우에 따라 이종산업과 결합하며 다양하게 활용되는 모습을 보인다. 때문에 오히려 비전공자들이 자신의 전공지식을 중심으로 ICT분야에서 융합인재로서 차별점을 가져갈 수 있는 기회가 많다.

융합인재가 요구되는 세종텔레콤의 블록체인 사업
박효진 부사장은 세종텔레콤이 진행하는 블록체인 사업에 개발자뿐만 아니라 ICT 융합인재의 활약이 요구된다는 점을 꼽았다. 세종텔레콤은 부산 블록체인 특구 사업자로 선정돼 많은 협력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미 블록체인 특구 내에서 2가지 사업을 진행 중이기도 하다. 누구나 소액으로 고가의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는 부동산 집합투자 사업과 본인의 의료정보를 연구기관이나 제약사 등지에 유통하여 활용하고 보상받을 수 있는 의료마이데이터사업이다.

이 사업들은 ICT기술인 블록체인을 통해 구현되고 있지만 경제, 법무, 금융, 마케팅, 경영 등 다양한 비전공 지식이 필요하다. 부동산 집합투자 사업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금융사업이기 때문에 경제, 금융 전문가가 요구된다. 의료마이데이터사업도 마찬가지로 소비자에게 사업을 알리고 운영하기 위해 ICT기술 외의 전문성을 지니고 있는 인재가 주목 받는다.

실제로 비브릭 사업에서 마케팅을 담당하는 A씨는 비전공자임에도 블록체인 기술에 관한 지식과 마케팅 지식을 접목해 사업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내고 있다. 자신이 잘하는 분야를 발전시키며 ICT기술에 관한 지식을 쌓은 덕분이다.

자신이 잘하는 분야의 전문가로서 ICT기술에 대한 능력을 함양해야
그는 비전공자 채용에 있어 전공자보다 전공 분야에서 더 나은 실력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비전공자는 타 분야의 전문성을 통해 전공자가 볼 수 없는 것들을 발견하는 창의력과 도전정신이 강점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평소 많은 분야와 새로운 트렌드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스케치하는 습관이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업무 수행에 필요한 용어, 히스토리 등 다양한 사전 지식을 습득하거나, 필요하다면 관련 자격증을 획득하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또 가고자 하는 회사나 산업 분야에 대한 소식들을 뉴스 등을 통해 꾸준히 보면서 전체적인 업계의 흐름을 파악하고, 그 속에서 자신은 어떻게 성장해나갈 수 있을 것인지 계획을 짜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효진 부사장은 입사 후에도 일하는 분야와 관련된 서적이나 영상 등을 통해 끊임없이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ICT분야는 빠르게 변화하기 때문에 많은 지식을 쌓고 입사했더라도 새로운 기술과 트렌드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끊임없이 배우고 습득하는 것은 물론, 관련 담당자들과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노력한다면 누구나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텔레콤은 비전공자 출신 인재 채용 진행 중
최근 부산 디지털자산 거래소 관련 제정안이 통과되며 가상자산 산업이 빠르게 성장 중이다. 부산 블록체인특구에서 블록체인 사업을 진행 중인 세종텔레콤은 산업 성장에 따라 인재 채용을 늘릴 계획이다. 특히 블록체인 관련 전공자 뿐만 아니라 사업 내에서 다양한 역할을 담당한 인재 영입을 계획하고 있다.
박 부사장은 “세종텔레콤 또한 다양한 비전공자 출신 인재를 채용 중이므로 인문계열 인재들에게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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